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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아남기/2023 ~ - 자유인으로 살아남기

(1) 자유인으로 살아남기 -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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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20대의 대부분 외국에서 보냈다. 

2014 - 독일 캠니츠 교환학생
2015 - 캐나다 벤쿠버 워킹홀리데이 바리스타
2016 -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턴십
2017 - 호주 퍼스 개발자
2019 - 일본 후쿠오카 개발자
2020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팹아카데미
2021 ~ 2022  - 미국 샌프란시스코 개발자

그리고 지금은 한국이다. 자주 듣는 질문

1. 아예 한국에 온거냐?
모르겠다 ㅋㅋ 영주권은 아직 있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은 아직까진 없다.

2. 한국에 온 이유? 일은?
개발자로서 6년정도 일하고 나니까 좀 쉬고 싶어졌다. 더 이상 회사일을 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었고 시간낭비 하는 기분이었다.
좀 쉬고 싶지만 미국에 있으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기 때문에 맘편히 쉴 수 없었다. 그래서 뭔가 맘편히 쉬면서 책도 읽고 개인프로젝트도 할 겸 한국에 왔다.

3. 남편은?
미국에 있다. 한국에 놀러오긴 하나 남편도 내가 한국에서 쉬고 싶다는걸 이해한다. 그래서 내가 몇달간 한국에 있어도 혼자 잘 산다 ㅋㅋㅋ 독립적인 내 남편이 이럴땐 너무 좋다.

4. 앞으로의 계획?
아직 딱히 정해진건 없다. 다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책을 쓰고 있고 리멤버유 프로젝트를 계속 하고 있다. 
두세달간 이렇게 했는데 지난 두 세달이 한 육개월이나 일년으로 느껴진다.

지난 세달간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온전히 집중하였더니 정말 신비한 경험을 했다. 마치 일년이 지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루했다는 것이 아니다. 집중하는 동안은 시간이 너무 빨리간다.

즉 하루는 빨리 가는데, 한달은 너무 길게 느껴진다. 하루를 엄청 알차게 보냈더니 시간의 개념이 달리지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라는 멀티버스에 관한 철학적이고도 비급 냄새가 나는 영화를 봤다. 

여기서 양자경이 멀티버스에 있는 다양한 자신의 삶을 보고 왔는데 그 중 영화배우가 되는 버전에 빠지게 된다. 
양자경의 현실은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이민왔지만 남은건 세탁방을 운영하며 흘려보낸 지난 30년의 세월.
딸은 자꾸만 여자친구를 인정해달라 그러고, 세금관련해서 문제는 복잡하고, 아버지는 편찮으시고.. 현실은 말그대로 시궁창이다!

그래서 양자경은 다른 멀티버스에서 본 화려한 스포트라잇과 만인에게 사랑받는 스타의 삶이 너무너무 좋았다. 누구라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경은 자신의 가족과 딸이 있는 현실을 선택하고자 한다. 아무리 시궁창같은 상황이라도, 자신의 딸이 있는 현실을 떠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론 영화의 메시지는 이것보다 더 복잡하고 난해하나, 내가 인상깊게 봤던 것은 이 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도 눈을 감고 생각했다. 멀티버스가 존재한다면 (가정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할수도 있다) 나는 어떤 버전에서 살고 싶은가?

한 기업의 대표가 되어 존경받고 부유한 삶? 괜찮을 것 같다.
사랑하는 남편과 토끼같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 이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아니면 엄청나게 가난하지만 선교사로 살아가는 삶? 흠.. 글쎄다. 돈은 좀 있는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상상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삶도 좋다. 지금 이 버전 맘에 든다.

아침에 눈뜨면 강아지랑 산책하고 (아 이제 강아지 키운다), 강아지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나서 카페에 가서 글을 쓴다.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이어서 글을 쓰거나 개발을 이어나간다. 책도 내맘대로 읽고 싶은걸 읽고 싶은 만큼 읽는다. 그러다 잠이 오면 잠깐 낮잠도 잔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간혹 만나면 좋은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밤이 되면 다시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그리고 무한반복...

 

삼십대가 되면서 인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다. 남의 욕망과 꿈을 쫓는게 아니라 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도 깨달아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욕망이 멋잇어보여 그것에 유혹될 때도 있고, 내 꿈과 타인의 꿈이 헷갈릴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되면서 이런 것을 구분하는 것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2023년이 어떤 해가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기억에 남는 재밌는 해가 될 것이라는 것.

그래서 새롭게 카데고리도 팠다. 일명 자유인으로 살아남기... 

작년에는 머리가 복잡해서 그런지 글도 많이 못썼다. 이번에는 이렇게 캐쥬얼하게라도 많이 쓰고 싶다.

 

다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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