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몇번이나 겪어봐도 쉽게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별의 고통에서 어떻게 하면 헤어나올 수 있을까? 또는 어떻게 하면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
나의 이야기
2년 반을 함께 했다. 남들에게는 짧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최장기간의 연애였고, 결혼을 약속했었기에 이유없는 헤어짐은 더욱 힘들었다.
마지막에 삐걱거리기 시작한 우리의 관계는 좋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갔고, 결혼을 할 수 없을것 같다는 우리 둘의 동의 하에 헤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난 후, 문득 이유가 궁금해졌다. 왜 우리가 헤어진거지? 혼자 LA 에서 머물던 둘째 날, 그에게 페이스 타임을 걸어 물었다.
"우리 왜 헤어진거지? 나 정말 모르겠어 우리 왜 헤어진건지"
내 마음에는 미련이 남아있었고 헤어짐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웠다. 아마 혼자 타국에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피자인가 뭔가를 먹으면서 성의없이 말했다.(나중에 물어보니 진짜 배고파서 그런거지 성의없지 않았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때는 정말 무심하고 성의없이 대답하였다)
"우걱우걱, 음.. 글쎄? 나도 모르겠어 쩝쩝"
그렇게 피자를 먹으면서 무심하게 대답하는데... 정말 상처가 되었다. 나 혼자 힘들어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서로 동의한 이별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행해진 이별은 나를 더욱 더 힘들게 하였다.
이별 극복, 이건 중독과의 전쟁이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k0GQSJrpVhM (How to fix a broken heart)
강의자는 말한다. 수많은 인생의 역경과 고난을 견뎌낸(예시 사례에서는 암을 견뎌낸 여성) 사람들 조차도 이별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그리고 마음이 고장난 상태라면 그동안 믿어왔던 본능이 잘못된 길로 이끌기 때문에 마음이 말하는 것을 믿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조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헤어지게 된 이유를 아는 것이 이별의 고통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나 단순한 이유를 듣게 된다면(예를 들어 단순히 사랑한적 이 없다) 우리는 이 이유를 인정하지 못하고 거절하게 된다.
이별의 고통이 너무나 커서 헤어진 이유가 이 것보다 더 큰 이유일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된 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욕망은 너무나 강렬해서 평소에는 굉장히 논리적인 사람도 분명 다른 큰 이유가 있을거야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헤어지던 그날의 일분 일초를 곱씹으면서 몇달을 보내게 된다.
한 연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단절은 마치 아편이나 코카인 중독자에게서 이 것들을 뺏어올 때의 뇌와 같은 부분을 자극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마치 헤로인 중독자가 헤로인을 찾아 헤메는 것 처럼, 사랑하는 연인의 부재는 그와의 기억을 곱씹는 방법으로 그 욕구를 채우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약물 중독자들은 자신이 중독자인줄 아는 반면, 이별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중독된줄도 모른다. 즉, 전 애인의 SNS 를 염탐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함께 한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은 행동들은 결국 자신의 중독에 먹이를 주는 것과 같은 행위라는 것이다.
Getting over heartbreak is not a journey, it's a fight!
이별의 고통을 극복하는 것은 여정이 아니라 싸움이다.
어떠한 이별의 이유도 너를 만족시킬수 없다. 그러니 기다리지 말고 찾지도 말아라. 그가 말한걸 믿던지 아니면 그냥 하나 만들어내라. 왜냐하면 그 중독을 끝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이유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한가지.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끝났다는걸 인정해야 한다.
마음이 다쳤을 때 희망은 매우 위험한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가 헤어짐의 고통에 있는 동안에 주로 하는 또 한 가지, 헤어진 사람을 이상화 하는 것이다.
그의 아름다운 미소를 떠올리고, 우리가 함께 산에 올라 별을 보며 누워있던 것을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끊임없이 떠오르며 우리의 중독을 더욱 더 배불리게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걸 생각해야 한다. 짜증내던 그의 모습,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다가 크게 싸우게 되서 다음 날까지 이야기 하지 않았던 기억들 같은것 말이다.
그에 대한 나쁜 점들을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의 나쁜 습관, 내가 싫어했던 행동들.. 이러한 것들을 모두 적어서 핸드폰에 저장.
그리고 그가 이상화 되는 생각이 들때마다 핸드폰의 글을 보며 정신을 차리면 된다.
우리의 마음은 계속해서 상대가 얼마나 완벽했는지를 상기(또는 왜곡)시키려 할 것이다. 그럴때마다 생각해야 한다. 그도 우리의 관계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이별이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VOID, 즉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 남은 공간이다.
만약 당신의 애인이 사교적인 사람이었다면 매주 함께 즐겼던 애인의 친구들과의 저녁이 사라질 것이다. 당신은 단순히 애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사교 생활을 잃은 것이다. 즉 누군가와 헤어진 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와의 이별도 뜻한다.
이걸 아는 것은 왜 이별이 이렇게 힘든지를 알려주기 때문에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이걸 극복할 수 있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우리는 이 빈 공간들을 채워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재정립하고 내 인생이 어떠해야 될지를 생각해본다. 헤어짐 때문에 생긴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앞에서 말한 1.헤어짐의 이유를 찾으려고 헤멘다거나, 2. 전 애인을 이상화 한다거나 하는 행동들을 버리지 못한다면 잘 해나갈 수 없다.
헤어짐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로 인해 이별의 고통을 굉장히 줄일 수 있다. 또한 이걸 기회로 삼아 가족이나 친구와의 더 알찬 시간들을 보낼 수도 있다.
이 것들 외에도, 주변의 지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별은 정신적인 상해와 같다. 주변에 이별의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참을성을 가지고 그들 곁을 지켜주어라. 아마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은 극복하는데 더 오래 걸릴 것이다.
이 것은 마치 내 마음속의 전쟁과 같다. 너무나 힘들고 이기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무기가 있다. 그리고 이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치유될 것이다
위의 동영상을 본 그날 이후, 나는 헤어진 이유 따윈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말 그대로, 궁금하지 않았고 또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싸워나갔다.
우울한 생각이 들면 그의 SNS를 염탐하는 대신 달리기를 하였고, 그를 이상화 하려는 생각이 들때마다 적어놓은 "헤어진 이유" 리스트를 들여다 보았고 그때마다 내가 싫어했던 그의 모습이 생각나서 진저리가 났다.
사진을 모두 지웠다.
그러다 보니 정말 생각이 점점 나지 않다가, 아예 생각하지 않던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그를 잊어갔다.
그리고 삼주쯤이 지났을까,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가 물었다.
"우리 왜 헤어진거지?"
"나도 몰라. 근데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이야"
그가 없어도 나는 소중하다
추가로, 정말 마음에 와닿았던 영화가 한편 있다.
미국인들과 결혼한 중국계 이민자 4명의 여인들,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들의 삶과 그들 모녀 사이의 관계를 그린 영화이다. 보는 내내 엄마가 생각났다. 딸이라면 정말 공감할만한 내용이 많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나오는 네 명의 여성 중 한명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레나와 헤럴드
레나와 헤럴드는 결혼한 사이인데 헤럴드는 정말 짜증나게 쪼잔하고 모든 것을 반반 나누려한다. 굉장히 좋은 집에 살고 있지만 레나의 엄마는 이러한 레나의 삶에 뭔가 항상 탐탁지 않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의 집을 방문한 엄마는 일일이 반으로 나눠놓은 생필품 리스트를 보게 되고, 레나의 리스트에 아이스크림이 써 있는 것을 보고 헤럴드에게 말한다.
이러한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레나, 헤럴드 진짜 왕쪼잔 아 짜증난다 ㅡㅡ
Lena cannot eat ice cream.
사실 레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하는데, 헤럴드는 그 것도 알지 못한 채 돈 나누기만 급급한 그런 남자였다. 그날 저녁 레나는 헤럴드와 참아왔던 불만을 토로하게 되지만 헤럴드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때 위층에서 머물던 엄마의 방에서 큰 소리가 나서 그 방을 올라가보니 엄마는 어둠속에서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물었다.
"너가 원하는게 뭔지 알고 있니? 그에게서 말이야"
"존경.. 부드러움이요.."
"그럼 그에게 말해. 그리고 이 집을 떠나. 그가 너가 원하는 것을 줄때까지 돌아오지 마"
"그럴 수 없어요..."
그리고 레나는 울기 시작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레나도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 그를 떠나서 자신만의 두발도 떳떳이 서는 게..
그리고 레나의 엄마가 말했다.
Loosing him does not matter.
It is you who will be found and cherished.
그렇다. 그를 잃는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건, 나를 잃어가는 것이었고 그를 떠난 후 더 당당한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이별 후에 혼자 큰 집에서 한달간 머무는 동안, 처음 1주는 불을 끄고 자지도 못했다. 귀신이 나올까봐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불이 꺼지면.. 정말 혼자가 될것 같았고 그 동안 한켠에 미뤄두었던 모든 생각과 부정하려 했던 현실이 덮쳐 올것만 같았다.
그리고 The Joy Luck Club 을 본 그 날, 그 날은 처음으로 불을 다 끄고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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