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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개똥철학

내가 결혼식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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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식을 많이 가보진 않았다. 평생 3번쯤 가본 것 같다.

23살 이후부터는 계속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친구나 친지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더라도 참석하러 갈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는 남자 친구의 지인, 가족 등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기 시작하였는데 정말 너무 가기 싫어서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가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 직장동료(일본인)가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였다. 그리고 난 고민하다가 결국 거절을 하였다.

 

결혼식이 싫다고 했을 때 이 말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결혼식에 가기 싫다는 것과 결혼식을 내가 하기 싫다는 것.

둘 중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결혼식에 가기 싫다는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람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결혼식의 경우 엄청나게 많은 하객이 있어서 내가 가나 안 가나 별 차이도 없고, 정작 신랑 신부와 제대로 된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다. 신랑, 신부와 안면이 있는 경우 그나마 준비실에 들어가서 같이 사진이라도 찍고 한 3분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언정, 직접적인 지인의 결혼식이 아니라 가족, 또는 먼 친척의 결혼식이라면 이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의 웨딩마치를 지켜보게 된다.

결국 결혼하는 사람을 알아도 워낙 결혼식장에 사람이 많은 터라 겉핡기 식으로 축하를 해주기 바쁘고, 결혼하는 사람을 잘 모르면 그냥 멀뚱멀뚱 나는 어디인가,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2. 축의금 문화!

이건 우리나라나 일본에 주로 해당되는 건데, 바로 축의금 문화이다. 미국의 경우 사실 축의금이 없거나 필요한 선물을 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은 그냥 축하해주러 오라고 하고 따로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사실 인도의 경우는 오히려 결혼식에 온 사람에게 돈을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결혼식의 경우, 누군가 나를 초대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사람과 나의 친밀도는 과연 얼마인가 이다. 사실 진짜 진짜 친한 친구라면 나는 정말 30만 원이고 50만 원이고 낼 수 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애매하게 친한 친구 거나 그냥 아는 사람 정도라면 사실 돈을 내기 너무 아깝다.

아니 왜 지들이 좋아서 결혼하는데 내가 돈을 내야 되는가? 진짜 이해 안 되는 문화이다.

사실 이번에 일본 직장동료의 결혼식을 초대받았을 때 좀 짜증이 났다. 일본의 경우 기본, 정말 기본 축의금이 30만 원이다. 믿기는가?

뭐 답례품으로 10만 원 상당을 주녜, 음식이 고급인 하지만 내 현금 30만 원은 그들이 돌려주는 내가 쓰지도 않을 20만 원어치의 현물과는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는 일본인 언니는 일본의 축의금이 비싼 관계로 진짜 친한 사이 아니면 초대를 안 하고, 보통 직장동료는 초대를 안 한다고 해서 맘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초대당해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그냥 남자 친구를 보러 미국에 가야 돼서 못 갈 것 같다고 돌려댔지만 사실 그냥 초대를 안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축의금이 너무 비싸서 못 가겠다고, 그냥 선물 주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더니 자기가 남편이랑 상의를 해보고 축의금을 조금만 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하였다. 아니 무슨 결혼식 장사하는가. 그래서 그냥 내가 계속 선물로 주겠다고 해도 세 번이나 제안하길래 그냥 미국에 간다고 둘러댔는데, 진짜 뻘쭘했다.)

 

3. 차려입기 귀찮다

나는 진짜 불편한 옷 입는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다. 청바지가 그나마 제일 차려입을 때 입는 옷이고, 평소에는 진짜 얘가 회사에 가는지 동네 슈퍼에 가는지 할 만큼 편안한 복장으로 입고 다닌다. 화장도 안 하고 선크림만 바르고 다닌다. 신발은 무조건 편한 운동화이다.

그런데 결혼식에 가려면 적어도 정장 스타일로 입어야 한다. 그 옷에 맞춰서 화장도 해야 될 것만 같다. 근데 일본은 더하다. 무슨 하객도 드레스에 업 헤어까지 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내가 왜 도대체 꿀 같은 주말에 평생 입지도 않을 옷을 사 입고 업 헤어를 하고 거길 가야 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좀 이런 관행이 덜 한 듯하다.

 

4. 결혼식의 규모와 의미

솔직히 가족이랑 진짜 친한 친구까지 모아서 50명 이내로 하는 결혼식, 이런 결혼식이면 이해를 한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겠다 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니까.

근데 보통 결혼식 하면 진짜 무슨 사돈의 팔촌에 잘 알지도 못하는 대학교 선후배까지 초대하는데 그들이 과연 나의 결혼을 얼마나 의미 있게 볼지 의문이 든다. 내 결혼식 하객 기준은 적어도 신랑 신부 한쪽이랑 정말 엄청나게 친하거나, 가까운 가족이거나 아니면 신랑, 신부를 둘 다 알고 만나본 적 있는 친구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큰 결혼식은 내가 니 결혼식 갔으니까 돈 뱉어라 라는 정도의 결혼식으로 보인다. 

내 지인 중 가장 멋지게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그들은 뉴질랜드의 해변에서 정말 가까운 친인척과 친구들 몇 명만 모아놓고 하였다. 페이스북에 결혼한다는 글 따위는 올리지 않았고, 그 흔하게 찍는 스튜디오 웨딩촬영 따윈 없었다. 그냥 해변에서 결혼 당일에 지인이 찍어준 멋진 사진 한 장으로 그가 결혼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결혼식을 한다면, 솔직히 난 결혼식을 하고 싶진 않지만 부모님들 때문에 해야 한다면 이렇게 할 것이다.

1. 소규모. 오직 정말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만 초대, 솔직히 친척도 별로 정말 나를 잘 알 정도로 친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

2. 축의금 없음. 아니 내가 결혼식 한다고 초대하는데 도대체 돈은 왜 내라고 하는가. 그냥 와서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다 가면 그걸로 고맙다.

3. 복장 자유. 외국에는 복장 자유인 결혼식도 많다. 그냥 반바지를 입던 쪼리를 신던 상관없다. 냄새만 안 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근데 사실 이번 12월에 결혼식을 가긴 한다. 무려 부케를 받아달라고 친구가 부탁하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무지하게 친한 친구는 위의 모든 상황에서 제외이다. 그러므로 친구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친구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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