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바이러스, 무력감과 불안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나의 일상이 바뀐 지 3주가 지났다. 여기 네덜란드는 아시아 지역보다 바이러스가 늦게 상륙하였고, 지난 3월 15일 이후부터 내가 공부하던 Fab Academy 랩실도 (바라건대) 일시적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다행히 수업은 화상으로 진행 중이고,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화상 대화는 고립된 삶에 한줄기 빛이 되어주었다.
요즘 밤에 자다가 새벽 3시 쯤 한 번씩 깨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보통 12시쯤에 잠드는데 3시에 한번 깼다가 8시나 9시쯤 굉장히 늦게 일어난다. 잠이 왜 이렇게 늘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똥배가 예전보다 늘었다. 아침에 잠에서 일어날 때는 예전과 같이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라기보다 아, 오늘은 또 뭘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싶지만 가끔은 밤이 빨리 되어 자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저녁 9시만 되면 넷플릭스를 두세 시간 보다가 잠드는 게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미국은 600만 명이 실직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과연 내가 6월 이후에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현재 하고 있는 코스를 중도에 관두고 지금이라도 일자리를 구해보는 게 맞나라는 생각에 자꾸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적거리곤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
무작정 이 코로나 사태가 언제쯤 끝날지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가고 싶다. 그리고 지칠 때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선 내 마음속의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서 그 불안감의 원인을 찾아보려 한다. 불안감이라는 감정은 구체화시키지 않으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추상적인 존재로 내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좋은 점이나 감사할 수 있는 점을 찾아보고, 현재 상황을 잘 극복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해나갈 수 있는 일들을 적어볼 것이다.
내 마음속의 불안감, 너는 누구냐
우선 내 마음속의 불안감의 정체는 금전적인 부분에서 기인한 다는 것을 나는 찾을 수 있었다. 현재 내가 작년에 모은 돈과 부모님의 일정 부분 도움으로 Fab Academy 수업료와 네덜란드에서의 생활비를 대고 있다. 아빠는 자영업을 하시는데, 요즘 경기가 힘들어졌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아빠도 얼마나 힘드실까 라는 생각에 미안함과 죄책감이 든다. 엄마에게는 일단 집안 상황이 정 힘들어지면 내가 돌아갈 테니 말을 해달라고 말해놓은 상태이고, 일단 엄마는 그냥 거기서 수업을 6월까지 최대한 마치고 오라고 하는 상황이지만, 내 마음속의 죄책감과 불안감은 나도 알아채지 못한 채 자라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더해, 매우 알차게 보내던 일상이 조금 무너져가는 상황을 볼 때마다 죄책감은 점점 커져갔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하루하루 정신없이 과제와 실습으로 보내곤 하였는데, 실습을 못하게 되면서 집에서 혼자 공부해야 되는 시간이 늘어갔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늘어난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고 넷플릭스를 보거나 자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이럴 때마다 이렇게 할 거면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서 구직을 하는 게 맞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괴로웠다.
하지만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수업이고, 그리고 끝까지 마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나의 루틴을 좀 더 엄격하게 개선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자율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흐트러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좀 더 튼튼한 틀이 필요하다.
한 가지 아이디어는 우리가 초등학교때 하는 것처럼 일과표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 시간에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해놓으면 시간이 어영부영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래밍 언어 관련 공부를 조금 씩 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6월에 구직활동을 다시 시작할 때 내 스킬이 녹슬어 있지 않도록 도움이 될뿐더러 이 넘쳐나는 시간을 잘 보냈다는 뿌듯함도 들 것 같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공부해나갈 수 있는지이다. 인강을 들으면 너무 지루해서 반도 못 가서 관두곤 한다. 그래서 인강을 듣기보다는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어보거나 남자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도 감사한 점
요즘에는 너무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한 것 같다. 왜 이번해에 이런일이 터졌을까, 도대체 수업은 언제쯤 제대로 재개될까 등등의 생각으로 나를 너무 괴롭혔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밝은 쪽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감사한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1. 다행히도 1월부터 3월까지는 수업을 잘 진행되었다. 아예 수업조차 못들을 수 있었는데 이런 거에 비하면 다행이고, 그리고 대부분의 실습이 1월과 3월에 몰려있었기에 거의 모든 기계의 사용법을 배웠고, 이에 따른 실습도 마친 상태이다.
2. 날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정말 날씨가 음울했는데 지난주부터 날씨가 정말 좋아지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암스테르담을 돌아다니면 정말 아름답다. 예쁜 공원도 많고 건물들도 정말 아름답다.
3. 아직은 모아둔 돈이 바닥나지 않았다. 다행히 작년에 모아둔 돈과 부모님이 보태주신 돈 덕분에 문제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6월까지는 무사히 마치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돈 걱정하지 말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면 오히려 불안감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4. 과제와 공부에 투자할 시간이 많다. 내가 꼭 듣고 싶었던 코스이고, 워낙 만드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서 비교적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 다행히 원래 집순이라 큰 답답함은 없다. 다만 요즘 좀 루틴이 해이해졌는데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좀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5. 항상 나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가족, 친구들, 그리고 남자친구가 있다. 다들 멀리 떨어져있지만 그래도 연락을 거의 매일 주고받기 때문에 외로움이 덜 할 수 있었다.
도움이 될만한 실천사항
1. 운동 - 그 무엇보다 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격렬한 운동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과 같은 간단한 운동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날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햇빛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바깥에 나가는 것은 기분전환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2. 스케쥴 - 위에서 말했듯이 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 일과표를 만들어 이것에 맞춰 생활해나가려 한다. 그렇게 되면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대신 좀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루틴에 맞춰진 생활은 보기엔 지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안정감을 준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다.
3. 적당한 휴식 -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마음이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휴식이란 진짜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드라마 보기..
4. 독서 - 이렇게 독서하기 좋은 시간이 또 언제 오겠는가. 밀리의 서재에 구독도 신청했으니 마음껏 원하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꼭 책을 끝낼 필요는 없다. 도서관에 가서 그냥 끌리는 대로 이 책 저책 뒤적이듯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5. 지인, 가족들과 영상통화 - 타국에 혼자 있으니 외로움은 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럴 때에는 친한 친구들에게 먼저 영상통화를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메시지도 좋지만 직접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더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6. 글쓰기 - 지금도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마음이 한결 안정된 것이 느껴진다.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추상적인 불안감과 개념들이 정리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어질러진 방 청소를 한 것 같은 기분이다. 또한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기다리는 것을 끝내기로 하였다. 기다림이라는 것은 미래에 사건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미래에 달린 행복은 결코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나는 현재 이 상황 속에서도 즐기며 보내려 노력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이 기나긴 터널을 지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침 10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내 얼굴에 닿고 있다. 자전거를 타러 나가야 할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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