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 Academy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후, 며칠간의 휴식을 가진 뒤 바로 구직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지고 있었고, 미국 비자는 계속 늦춰지고 있는 상태이므로 여기서 잠시라도 일을 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6-7개월 정도 웹 개발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약간 자신감도 떨어져 있는 상태였고, 또 바로 구직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공부를 해나가면서 구직활동을 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자 친구에게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알고리즘은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등등에 대해 질문하던 중 남자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므로 대충 말하자면..)
"알고리즘이 요즘 인터뷰 질문에서 가장 핫한 주제인거는 알겠지만 남들이 한다고 해서 다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 해왔지만 사람을 뽑을 때 단순히 알고리즘 질문만을 던져서 뽑지 않는다. 실제 일에서 일어날법한 상황을 던져줬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내가 조금 도움을 주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어떻게 수용하는지 등을 보고 평가를 한다. 많은 회사들이 요즘 알고리즘에 집착하고 그것만을 통해서 사람을 뽑는데, 그건 그들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남들이 다 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 문제은행에서 문제를 몇 개 뽑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덧붙혀서
"네가 알고리즘을 엄청나게 공부하는 애들과 경쟁하려면 너는 수학과 애들과 경쟁해야 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그건 너의 강점이 아니다. 너의 강점은 풀 스택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디자인 감각이 있다는 것 그것이다."
저 첫 번째 이야기는 사실 남자 친구가 매번 해왔던 말이지만 주변에 워낙 알고리즘을 공부하는 개발자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도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들어서 잘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서 한 말을 들은 순간 뭔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나는 학창 시절 수학을 잘하는 편이었고, 또 전자전기 전공을 하였기 때문에 대학 내내 수학을 달고 살았다. 근데 중요한 건.. 절대로 좋아하진 않는다.
반면, 디자인 쪽은 내가 전공을 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개발을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웹이나 앱을 제작할 때 예쁘게 만드는 것이 너무 좋았고, 디자인은 누가 했냐 잘했다 등등의 칭찬을 들을 때가 종종 있었다. 물론, 비 디자인 전공자의 기준으로 봤을 때 잘한 거였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내가 즐긴다는 점이다.
남자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잡 마켓에서 지닌 강점이 무엇이고 약점이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남들이 한다고 해서 정말 하기도 싫은 알고리즘 공부만 붙잡고 있었는데(하지도 않으면서 스트레스만 받고 있었음..ㅋ) 자신을 잘 PR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장점은 부각하고 약점은 보완해나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 마음으로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장점은..
1. 풀 스택 - frontend, backend 모두 다 가능하며 둘 다 비슷한 정도로 좋아한다.
2. 디자인 - 디자인에 대해 크게 공부한 적은 없지만 그에 비해 잘하는 편이며, 큰 흥미를 가지고 있다.
3. 커뮤니케이션, 협업 능력 - 내가 개발 지식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남의 의견을 잘 수용한다. 이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협업을 함에 있어서 큰 마찰 없이 팀원들과 조화롭게 일한다. 비 개발자들에게 문제 상황이나 코드를 설명할 때에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할 수 있다.
나의 단점은..
1. 알고리즘 - 지식이 많이 부족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2. 개발 툴 사용에 있어서 엄청나게 효율적이진 않다. - alias, shortcut 등등 다른 개발자들이 선보이는 현란한 솜씨는 없고 별로 관심도 없다.
3. 기술이 한 언어와 프레임워크에 제한되어 있다. - 이건 내가 잡을 구할 때마다 겁이 나서 매번 그 언어와 프레임워크가 아니면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ㅜㅜ
장점을 강화하기 위해서..
1. 디자인 - UI/UX에 대한 코스를 수강하는 등 좀 더 깊이 있게 배워본다.
단점을 보안하기 위해서..
1. 알고리즘 - 알고리즘의 기본은 숙지한다. 개발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들
2. 새로운 언어/프레임워크 습득 - python / Django를 예전부터 배우려고 했었는데 이제 진짜로 배운다. 현재 내가 쓰는 언어/프레임워크와 굉장히 유사하기 때문에 금방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이걸 Django 기반으로 업데이트한다.
이렇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앞으로 공부해나갈 예정이다. 알고리즘 공부는 약간은 지루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고, 나머지 UI/UX나 Django는 내가 원래부터 배우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크게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항상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내 남자 친구여. 물론 이 글은 잘 못 알아듣겠지만 고맙구려. Thank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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