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태어난 게 죄?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어렸을 때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 있을 것이다.
여자애가 왜 그렇게 왈가닥이냐, 치마를 입으면 다리를 오므리고 앉아야지 등등...
그런데 어른들은 이렇게 여성성이 강요되는 말은 지겹도록 하는 반면,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는다.
성에 관한 이야기는 부모와 자식 간에 금기시되는 일 마냥, 제대로 터놓고 이야기하기 힘든 주제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성을 친구로부터, 인터넷으로부터 그리고 정말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는 학교 교과서로부터 배워왔다.
배란기가 뭐예요?
피임약은 어떤 걸, 어떻게 먹어야 되는 건가요? 피임약은 몸에 안 좋은 건가요?
남자 친구와 첫 경험인데 처녀막이 터지지 않아서 남자 친구가 의심을 해요.
등등 인터넷에는 수많은 질문(또는 말도 안 되는 괴담)들이 떠다니는데 제대로 된 답변은 없다.
나 역시도 학교에서 성교육시간에 콘돔 씌우는 법이나 대충 배웠고, 부모님으로부터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는 그런 대한민국의 여자 중 한 명이었다.
피임약을 먹는 방법도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가며 알아냈고, 친구에게도 한번 더 물어 혹시 모를 불안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약국에 가서 피임약을 달라고 하면 그냥 약사 선생님이 주시는대로 받아서 먹었고, 피임약이나 콘돔 외에는 다른 피임법에 대해서는 무지하였으며, 피임약을 시작한 것도 성인이 되고 성관계를 시작한 지 한참 지나서였다.
아마 피임약에 대한 인터넷에서 본 무시무시한 부작용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25살 때쯤 엄마가 내 가방에서 피임약을 발견했을 때, 엄마는 이런 걸 왜 갖고 다니면서 오히려 날 민망하게 하였다.
아니, 남자 친구가 있는 성인이 된 딸이 피임약을 가지고 다니면 오히려 칭찬해줘야 되는 게 아닌가?
여성의 성기, 너무 궁금한 게 많다
정말 이 나라의 성교육은 잘못되었어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책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이 책은 제목부터 나를 강렬하게 이끌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성기를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거기, 아래 등으로 돌려 부르거나 또는 조개, 씹 등과 같은 폄하적인 용어로 불러왔다.
질의응답이라는 이중적인 제목으로 묘하게 질을 질이라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를 비꼬는 것 같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질도 제대로 된 용어는 아니라고 책은 말한다. 질은 일부분일 뿐...)
자신의 성기를 거울로 들여다본 사람이 있는가? 정말 희한하게 생기긴 했다. 안 해본 사람은 한 번쯤 해보길 바란다.
자기의 얼굴은 거울로 하루에 백번도 넘게 보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부위 중 하나인 자신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건 말이 안 된다.
나의 성기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 책은 가려운 부분을 정말 시원하게 긁어준다.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궁금했지만 궁금한 줄도 몰랐던 내용들이나, 또는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었던 궁금증 그리고 알지 못했던 나의 몸에 관한 내용들을 흥미롭게 서술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클리토리스(음핵)가 실제로 우리가 보는 것처럼 콩알처럼 생긴 것이 아니라 마치 Y 자를 거꾸로 세워놓은 이상한 생명체같이 생겼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음핵과 음경은 우리가 태아 때는 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XX 염색체냐 XY 염색체냐에 따라 갈라지는데
이때 여성의 음핵이 디폴트이고 XY 일 때만 음경으로 진화한다는 것이 흥미롭다.(즉 여성의 성이 기본이고 거기에 특별한 염색체가 있을 때만 남성의 몸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섹스란 무엇인가
또한 이 책은 섹스를 할 때 우리의 몸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가감 없이 묘사한다.
단순히 호르몬의 변화나 뭐 체온이 올라간다 따위가 아니라 전희에 시간을 쏟아야 질 내에서 수분이 나오고, 어떠한 자세가 초보자에게 편하다 등 실질적인 내용들을 알려준다.
더 나아가 우리의 섹스는 우리가 지금까지 영화에서 봐온 로맨틱하고 흥분되는 섹스와는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다양한 피임법과 그 부작용에 관해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배운 부분은 피임 챕터이다.
피임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피임약에 대한 제대로 된 사용법과 다양한 피임법을 정말 자세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어떤 게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고 부작용은 무엇이며,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무시무시한 피임약 복용의 부작용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게 해 주었다.
우리가 피임약을 21일 먹고 7일 쉬는 이유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약회사가 여성의 생리주기와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서이지, 실제로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복용을 이어나가도 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 자궁벽이 무너지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7일을 쉬면 된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나로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나는 무조건 21일 먹고 7일 쉬고 해야 되는 줄 알았는데, 이를 진작에 알았더라면 한 달에 한번 생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사실 피임약으로 인해 나오는 혈은 정확히 자연스러운 생리와는 다르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너무 자주다. 그래서 앞으로는 두 달에 한 번으로 할 생각이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리통의 고통으로 한 달에 이틀은 낭비하는 일은 정말인지 짜증 난다.
소중한 우리몸, 성병으로부터 보호하자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는 일반적이고 다양한 성병, 또 우리가 두려워하는 성병 중 하나인 HIV에 대해서 설명한다.
여자라면 한 번쯤 질염이나 가벼운 생식기 질환으로 네이버나 구글에
"갈색 냄새나는 냉이 나오고 간지러워요!"를 검색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산부인과에 가긴 두렵고, 내버려두자니 간지럽고.. 그래서 우리가 찾는 건 네이버 지식인이 아닌가!
(그러나 답변은 정작 의사를 만나보라는 답변이다.)
책을 읽은 후..
책의 저자는 여성의 성에 대하 시원하게 긁어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여성의 몸에 자긍심을 가져야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성기에 이상이 있어도 부끄러움이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 어린 학생들은 더할 것이다.
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자신의 성에 대해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이 책은 정말 널리 널리 알려져서 많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여성의 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인식을 바꿀 수 있었으면 한다.
주변의 친구, 언니, 동생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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