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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즐거움/책 그리고 리뷰

나는 착한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 벼랑 끝을 달리는 엄마와 딸을 위한 관계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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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을 달리는 엄마와 딸을 위한 관계 심리학

 

나는 현재 남자 친구와의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 사실 예전에 엄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려고 했고 승낙을 받았지만 결혼 과정에서 헤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엄청난 노력과 고난을 거쳐 다시 만나고 있다.

우리는 많이 달라졌다. 커플 심리상담을 매주 또는 격주로 받아가면서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패턴을 가진 싸움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워나갔으며 서로를 예전보다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만나는 8개월 동안 엄마에게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엄마는 항상 나를 볼 때마다 그에게서 다시 연락이 오느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하였고 그때마다 거짓말을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엄마의 질문 의도는 뻔했기 때문이다. 절대 다시 만나지 마라.

 

그러나 얼마 전, 한국에 갔을때 엄마의 질문에 그냥 솔직하게 포기하듯이 얘기했다. 연락 온다고. 만난다고까지는 말도 못 꺼내고 그냥 연락 온다고만 했더니 역시나 엄마는 엄청 화를 냈다. 이렇게 반응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왔던 것인데, 우리는 사실 요즘 결혼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국제결혼은 항상 비자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마음먹었을 때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그래도 최소 1년은 기다려야 되기 때문에..)

그래서 언젠가는 말해야 되는 거, 그냥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이야기하였고, 엄마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공항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 며칠간 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인터넷에 부모님의 결혼반대 등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책의 주인공과 그녀에 대한 공감

책은 루이라는 가상의 인물과 그녀의 엄마와의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가상의 인물이라 할 지라도 이야기는 실제 딸과 엄마 사이에서 일어날법한 대화와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루이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편에 속하는 여성이지만 이러한 루이를 엄마는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딸이 빨리 시집을 갔으면 하는데 일에만 열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이는 엄마를 만나도 정작 일과 관련된 흥분되는 사건을 말하지 못하고 그냥 별 의미 없는 화재를 이야기한다. 

루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엄마와 이야기를 할 때 피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종교, 정치 그리고 남자 친구 이야기이다. 나의 언니는 자기 남자 친구를 볼드모트라고 부르며 입에는 담아서는 안 되는 이름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농담 뒤에는 언니와 나의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다. 

엄마는 남자 친구뿐만 아니라 나의 직장과 미래까지도 간섭한다. 나는 대학원을 가고 싶지도 않고 혹시 내가 어떠한 교육을 받고 싶더라도 대학원이 아닐 수도 있는데 엄마는 대학원만 강요한다. 엄마가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를 하고 싶으니까 나에게 강요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속에는 대학원에 나와야 좀 더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발자로서 잘 일하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도를 지난 친 지배와 간섭은 딸들을 괴롭게 한다는 걸 엄마는 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딸 역시도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로 머릿속에 존재해왔기 때문에 이를 거역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이 책의 목적은 엄마와 딸이 일정 거리를 두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서로를 벗어나가는 과정을 알려주기 위한 책이다.

 

들어가면서

부모는 우리를 익숙하고 안전한 세계에 가둬두려고 한다. 이해는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이니 다치지 않았으면 하고 안전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는 자신의 경험을 강조하면서 자식의 일에 간섭한다. 자식이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테두리에서 벗어나려는 현실을 부정하려 한다. 엄마들은 아들에게는 비교적 관대하면서 같은 성별인 딸은 자신의 손아귀에 두고 싶어 하고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참견하려 한다. 이렇게 엄마의 감시하에 착한 딸로 자란 여성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그늘을 벗어나는 것을 힘들어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책에서는 어떤 딸은 부모가 하는 이러한 부정적인 말을 그냥 귓등으로 넘기기도 하지만 일부는 나이가 들어도 부모를 벗어나지 못하여 괴로워한다고 한다. 나는 아마 벗어나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그 중간 정도인 것 같다. 책에는 여러 가지 조언들이 나오는데, 그 조언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조언 1 | 간섭과 애정을 헷갈리지 마라

현대사회에서는 부모 자식 간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은 아들보다 딸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책에서는 말한다. 딸들은 사춘기 무렵부터 엄마의 간섭을 귀찮게 여기는데, 이때 부모의 반응은 자식을 좀 느슨하게 풀어주거나 아니면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더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딸은 엄마에게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받으면서도 엄마가 "널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말 때문에 엄마의 말을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나쁜 딸이 되는 것 같은 죄책감을 갖게 된다. 엄마는 딸에게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인생을 걷게 함으로써 딸의 인생에 자신을 투영하여 대리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려고 한다라는 부분이 책에 나오는데 이 부분은 상당히 공감이 갔다. 위에서 말했듯이 대학원과 같은 교육에 관한 열망은 내가 아니라 엄마가 가지고 있는 것인데, 엄마는 끊임없이 나에게 대학원을 가기를 강요한다.

성인이 된 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나고자 하지만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여있는 딸은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에게 아니요 라는 의사표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책은 엄마와 딸이 관계를 싹둑 자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적정한 거리를 두어 서로가 상처 받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벗어나는 과정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조언 2 | 엄마를 설득하지 말고 단호하게 말해라

엄마와 아무리 이성적으로 대화를 하려 해도 이는 쉽지 않다. 엄마는 딸에 관해서는 이론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결혼한 나이가 된 딸에 대한 엄마의 말과 행동은 모순투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라고 한다. 루이의 엄마는 루이가 30살이 되어도 결혼하지 않아서 창피하게 생각한다고 하는데, 사실 나의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냥 결혼을 꼭 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했으면 하는 것 같긴 하다. 이 책의 작가가 일본인인 점을 감안하면, 결혼 안 한 딸을 엄마가 부끄러워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일본에서는 여자가 일로써 성공하는 것보다 가정을 꾸려나가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들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엄마와 이성적인 대화를 하는 것 힘들기 때문에 딸은 이론을 내세우기보다는 엄마의 간섭에 대한 벽을 쌓아 올려야 된다고 한다. 또한 마음이 약해져 '생각해볼게..',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힘들 거 같아..' 등과 같은 말끝을 흐리는 말투로 이야기하면 엄마는 딸이 흔들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바꾸려고 한다.

엄마의 속박을 참을 수 없다면 부딪힐 각오를 하고 확실하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엄마에게 눈물작전이나 싫은 소리를 들을 순 있지만 싸움을 피하려고 적당히 타협하려는 태도로는 엄마와 적정 거리를 유지할 수 없다. 이러한 딸의 강경한 태도에 엄마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엄마는 딸이 괴로워할 만큼 상처 받지 않는다.

 

조언 3 | 엄마의 어린 시절을 조사해보라

엄마에게 이렇게 반발심을 가지고 있는 딸도 커서 엄마가 되면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모순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성장과정이나 결혼에 관한 인생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가 했던 말과 행동의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엄마가 왜 마음대로 자신을 다루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다.

엄마의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에게 엄마가 어떠한 유년시절을 보냈는지, 어떠한 사람인지를 들으면서 엄마에 대한 이미지 인식이 바뀔 수 있다.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라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즐기라는 것이다.

엄마를 용서하기 위해서라든가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또는 자신과 같은 여성으로서 엄마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통해 엄마와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엄마의 행동습관을 알게 되면 그 바탕에 있는 생각을 알게 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일도 예상할 수 있다. 

 

조언 4 | 작은 반항으로 엄마와의 거리를 조정하라

엄마와의 물리적인 거리를 두더라도 정신적인 거리를 두는 방법을 몰라 자주 연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딸들도 있다. 하지만 절연하는 것은 도망치는 방법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딸에게는 자신만의 울타리가 있지만 애지중지 이 딸을 키운 엄마에게는 이 울타리가 있다는 인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설명해도 엄마는 자신이 딸의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딸은 대부분의 삶을 엄마가 원하는 대로 순종하며 살아왔고, 그렇게 순종해야 엄마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의견을 주장하지 않고 참아왔다. 하지만 그때 양보하면 엄마의 간섭은 한층 더 거침없이 들어온다.

엄마에게 속박당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처음으로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은 큰 모험이다.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일부터 '아니요'라고 말하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반복해서 자신의 울타리에 경계선을 확실히 그어야 한다. 엄마가 눈물작전이나 꾀병 작전을 펼칠 수도 있겠지만 경계를 늦추지 말고 벽을 단단히 구축해나가야 한다.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화를 리드해나가는 습관을 들인다. 엄마에게 논리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엄마가 말할 때에는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듣는 티만 낸다. 그리고 엄마가 말하다가 지쳤을 때 "아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이때 엄마가 반격하려고 하면 곧바로 "이제 자야 할 시간이에요" 라든지를 통해 단호하게 대화를 차단한다. 

뭐든지 엄마를 설득하여 동의를 얻은 뒤 결정하는 딸도 있지만 이렇게 하다가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엄마 때문에 결국 지치게 된다. 10대라면 모를까, 자신이 판단해서 결정하는데 엄마가 동의할 필요는 없다.

 

둘째, 깍듯한 말투를 사용한다.

대게 가족끼리는 편하게 말하곤 하는데, 엄마를 깍듯하게 대함으로써 정서적 거리감을 형성할 수 있다.

 

셋째,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동지와 이야기한다.

이 두 가지 사항을 혼자서 하기에 두려울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자신과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엄마와 나 사이의 경계선이 뚜렷해질수록 자신의 인생이라는 것이 더 실감이 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엄마의 기대를 짊어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자아가 불확실했던 사람들도  자신의 의지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조언 5 | 눈앞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죄송하다고 하지 마라

엄마와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엄마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라고 책은 말한다. 엄마는 나이가 들기 마련이다. 엄마에게 저항을 하는 딸은 이러한 엄마의 나이 든 모습을 보면서 자기 때문이 아닐까 자책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의 허약해진 심신은 세월 때문이지 딸 때문은 아니다. 엄마의 불편한 심기는 엄마의 문제이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당장 그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임시방편으로 또는 조건반사적으로 경솔한 사과를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딸의 태도가 비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정다감한 딸'이 되기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조언 6 | 당신이 해야 할 효도는 마쳤다고 생각하라

딸은 당연히 부모를 살갑게 챙겨야 하고 아들보다 자주 연락해야 한다는 사회적 상식에 부담감을 느낀다. 책에서는 본래 자식은 부모에게 부담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무사히 태어나주고 어릴 적 육아의 즐거움을 준 것만으로도 이미 효도는 다 한 것이다. 당신은 이미 해야 할 효도를 다 마쳤다.

자식에게 자신이 낳아주었다거나 진통이 심했다고 강조함으로써 죄책감을 심어주어 속박하려는 부모도 있지만 우리는 부모도, 가족도, 성별도 선택하지 않았다. 부모의 결정에 따라 이 세상에 태어났다.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태어나 엄마가 원하는 착한 아이로 자라나 건강하게 살면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이 조언은 나중에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가짐도 바꿔놓았다.

 

조언 7 | 부모 때문에 엄마가 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마라

"너도 자식을 낳아보면 내 마음을 알 거야"

엄마들이 예사로 하는 말이다. 사람은 자신도 진통을 통해 아이를 낳고, 육아를 경험하면서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공감했다고 해서 암마의 마음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해온 말과 행동을 단번에 용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식을 갖고서야 엄마가 왜 나에게 이런 행동과 말을 했을까 새삼 분노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하물며 결혼도 안 한 딸에게 "출산하면"이라는 자신의 경험을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비겁한 행동이다. 마치 우주비행사였던 사람이 우주로 나가본 적 없는 사람에게 "당신도 우주로 나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람들은 곧잘 자신을 우위에 올려놓기 위하여 인생 경험의 차이를 이용하곤 한다.

부모라면 어느 정도는 어린 자식을 통제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회의 규칙을 반하지 않게 하도록 훈육과 체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대냐 아니냐는 그 후의 과정에 따라 달려있다. 자식을 자신의 분신이나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는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이 전해질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훈육 이후에 자식의 마음을 다독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자식을 인격체로 여기는 부모는 심하게 꾸중한 뒤에 "아까는 크게 소리를 내서 놀랐지? 하지만 야단친 것은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이야. 앞으로는 주의하렴"이라고 합리적으로 설명해준다.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고 자아가 생겨나면 부모에게 숨기는 것도 생기고 거짓말도 하게 된다. 때로는 엄마의 행동을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의 분신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원하는 길로만 걸을 수 없다. 즉 자식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선택하는 미래가 언젠가 올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 언젠가가 찾아오게 된다면 부모는 '자식은 세 살 까지 평생분의 효도를 다한다'라는 선인들의 말을 되새기면서 괴로움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자식은 엄마 몸에서 태어났지만 엄마의 소유물도, 분신도 아니다. 부모와는 다른 가치관을 지니게 되고 부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될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러한 외로움과 고독을 견뎌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엄마가 되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엄마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을 자신의 자식에게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말투나 표정 등 행동습관이 엄마와 닮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실조차 자각하기 힘들다. 자신의 모습이 엄마의 싫어하는 행동, 습관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충격이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신의 인생은 당신의 것이다.

때로는 부모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감정은 결코 잘못이 아니다. 즉 부모를 용서하거나 용서하지 못해 괴로워하기보다는 부모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부모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또한 적당한 벽을 통해 부모와의 거리를 조정해야 한다.

부모에 대해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착한 아이'였지요? 누가 뭐래도 엄마는 분명 행복한 마음으로 당신을 기르셨을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효도는 충분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나 역시도 이 책의 루이처럼 엄마와의 물리적인 거리는 두었지만 정신적인 거리는 두지 못한 상태였다. 이번에 엄마에게 남자 친구와의 교제 사실을 말하는 것을 통해 고통스러웠지만 정서적인 거리를 두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30살이 다 되어가지만 정서적으로, 작년까지는 물질적으로 엄마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딸이었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책을 통하여 나쁜 딸이라는 죄책감을 덜 수 있었고, 어떻게 엄마와 대화를 해야 하는지, 얼마나 정서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통과의례가 더 힘들었을 것이고 결국 포기를 하여 원래대로 돌아갔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정서적 방어벽을 더 세워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쉽지 않을 것이지만 그럴 때마다 책의 조언을 바탕으로 이겨내려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딸들이 이렇게 엄마와의 관계로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나처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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