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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아남기/2020 - 네덜란드에서 살아남기

(8) 네덜란드에서 살아남기 - Fab Academy 세 번째 수업 - 레이저 커터, 비닐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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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새벽 3시, 콜라를 저녁 늦게 먹었더니 잠이 안 와서 쓰는 글이다. 앞으로 콜라는 오후 3시 이후에는 마시지 말자.

 

이번 주에는 레이저 커터와 비닐 커터 머신에 대해서 배우고 실습하는 시간이었다. 작년에 학생이었던 Rutger가 아주 잘 설명해준 덕분에 기계의 사용법을 잘 숙지할 수 있었다.

그룹 프로젝트 중인 우리 팀

레이저 커터는 본 적은 있지만 직접 사용해 본 적은 없었던 터라 매우 설레었다. 특히 나는 레이저 커터로 만든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그걸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더더욱 신났고, 수업도 매우 집중해서 들었다.

스피드와 파워의 설정에 따른 결과물

위에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레이저 커터에서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온다. 우리는 우리 랩에 있는 레이저 커터에 대해 파악하기 위하여 다양한 실험들을 하였다.

예를 들어 레이저 커터 헤드와 나무의 간격이 어느 정도가 돼야지 가장 선명하게 되는지나, 어떤 속도와 스피드로 잘랐을 때 가장 잘 나오는지 등등을 실험해 나갔다.

Focus 지점 실험 중인 팀

그다음은 비닐 커터기에 대해서 배웠는데, 비닐 커터기는 가장 저평가된 기계 중에 하나라고 교수님과 현지 인솔자인 henk가 계속 강조하셨다. ㅋㅋ 근데 솔직히 비닐 커터는 보통 스티커 자르는 것 외에 많이 쓰임새가 없는 것 같긴 하였다.

비닐 커터기 세팅하는 중

비닐 커터기로 잘라낸 다음에 Transfer paper에 옮겨서 자신이 원하는 곳에 붙이면 된다. 사실 Transfer paper은 스티커가 크면 굳이 필요 없는 것 같다.

팀원의 공책에 망친 스티커 부착중ㅋㅋㅋㅋ..

우리 팀은 지금 총 5명인데 다들 너무 좋다. 그룹 프로젝트를 할 때 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팀원이랑 일해야 할 때는 조금 답답할 때도 있지만, 경쟁적인 구도가 아니라 서로 도와주며 나아가자라는 마음으로 임하면 이 마저도 재미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팀메이트들을 만나게 되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들 너무나 좋고 항상 잘 챙겨주고 그룹 프로젝트를 할 때에도 자기가 맡은 바에 성실하게 임한다. 가끔 자기네들끼리 직언 날리는 거 보면 싸우나 싶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러고 나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지내는 것을 보면 ㅋㅋㅋㅋ 괜한 걱정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암스테르담 전경을 레이저커터로 새겼다

며칠 전, 남자친구가 미국으로 가기 전에 편지를 써주고자 만들어 보았다. 포스트카드처럼 앞면에는 네덜란드의 전경을, 뒷면에는 편지를 써서 마찬가지로 레이저 커터로 engrave 해서 전해주었더니 굉장히 기뻐하였다. :)

우리 만난지 4주년 기념일이 곧 다가와서 만든 것이었는데, 남자 친구는 자기는 준비한 게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그럼 다시 내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작년인가 재작년에 나도 바빠서 까먹었으니 이번에 못 받은 것은 퉁치고, 내년에 지켜보겠다.^^

레이저 커터로 만든 construction kit! 다양한 모양으로 레고처럼 만들 수 있다.

포스트카드는 내가 그냥 만들어본 것이고, 위에 contruction kit가 이번 주 과제였다. 사실 나는 이번 주 과제보다는 레이저 커터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것 만드느라 이 construction kit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을 쏟지는 않았다. 그래도 막상 만들고 나니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이제는 비닐 커터로 한 과제를 보자.

얼마 전, 지하철에서 엄청나게 예쁜 물병을 든 처자를 보았다. 종이 다른 강아지가 한 20마리 정도 그려진 물병이었는데, 바로 구글에 water bottle dog pattern이라고 검색하니 나왔다. 근데 비싸다.

 

그래서 만들었다. 1.5유로 짜리 IKEA 물병에 비닐 커터로 강아지 실루엣을 잘라다가 붙였더니

대략 비슷하다.(비슷하다고 해줘..)

비닐 커터기로 만든 강아지 스티커들

 

사실 스티거가 조금 두꺼워서 꼬리 부분이 자꾸 떨어지려고 한다. 좀 더 얇은 스티커가 있으면 그걸로 다시 뽑아야겠다.

 

요즘 암스테르담 날씨가 점점 좋아진다. 처음 1월에 왔을 때에는 정말 괜히 왔나 싶을 정도로 해가 뜨지 않았다. 요즘에도 우박도 많이 오고 비도 자주 내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가 날 때가 있다. 해느님...

날씨 좋은 날 암스테르담 전경

암스테르담은 정말 예쁘다. 그리고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여행보다는 살기 좋은 곳이다. 꼭 다들 암스테르담에 한 번쯤 살아보길 바란다... <3

 

제가 생각하는 암스테르담이 좋은 이유 몇 가지를 적으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급 존댓말..)

1. 더치어 못해도 영어로 다 통한다. 다들 영어를 진짜 유창하게 한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2. 엄청 깨끗하다. 길거리에 쓰레기도 거의 없고, 냄새도 안 나고 노숙자들도 본 적이 손에 꼽힌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깨끗해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샌프란이랑 비교하면 천국이다.)

3. Albert Heijn이라는 마켓이 여기저기 엄청 많은데, 여기가 좋다. 맛있는 것도 많고 프리메이드가 진짜 맛있다. (요즘 조금 질리긴 했지만..)

4. 위에 슈퍼 얘기하다가 생각났는데, 삼겹살이 맛있다. 미국 삼겹살은 항상 노린내가 났고, 일본 삼겹살은 대패삼겹살 마냥 얇아서 짜증 났는데 여긴 딱 우리나라 스타일 삼겹살이다. 맛있는데 심지어 싸다.

5. 건물들이 아름답다. 같은 건물이 없다. 다 다른데 다 각자의 모습으로 아름답다. 운하가 가로지르고 양 쪽에 집들이 있는 모습은 봐도 봐도 지겹지가 않다.

 

단점(왠지 단점도 적어야 할 것 같아서..)

1. 날씨가 진짜 별로다. 해 뜨는 날이 거의 없다. 근데 익숙해진다. ㅜㅜ  

2. 음식점 음식은 비싸기만 하고 별로다. 그냥 집에서 해 먹는 게 훨씬 낫다. 가끔 맛있는 음식점이 있긴 하다.

 

이제 좀 잠이 온다. 내일을 위해 자러 가야겠다. (콜라 이눔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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