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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아남기/2020 - 네덜란드에서 살아남기

(15) 네덜란드에서 살아남기 - 최종 2개의 오퍼를 받다 & 근황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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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네덜란드에서 살아남기 - 열심히 구직 중...

개발자로서의 나의 강점 & 약점 Fab Academy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후, 며칠간의 휴식을 가진 뒤 바로 구직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지고 있었고, 미국

bricoler.tistory.com

지난 블로그에도 썼듯이 나는 7월~8월 중순까지의 시간을 구직 + 알고리즘 공부 +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보냈다. 그리고 8월 중순 이후부터는 그동안 진행했던 인터뷰와 코딩 테스트의 결과 및 오퍼를 기다리면서 한량 같은 시간을 보냈다. 

결과적으로는 두 군데에서 오퍼를 받았다.

1.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법 관련 소프트웨어 만드는 소규모 스타트업 - 원격X
2.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꽤 큰 기업 - 원격근무

결과적으로 두 군데 모두 거절했다. 

우션 암스테르담 스타트업은 약간 절박함이 느껴졌다. CTO랑 이야기해보니까 얼마 전에 있던 개발자들도 모두 관두고 ㅋㅋ... 보니까 근무환경이 별로 안 좋아 보였다. CTO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도 않았고, 인터뷰하면서 코드를 보여줬는데.. 대충 봐도 엉망인 게 느껴졌다. 여러 개발자가 거쳐간 듯한 흔적이 보였고, 그냥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짜인 코드 같았다.

그리고 CEO는 사람은 괜찮았는데 좀 개발자 혹사시킬 거 같은 느낌이 아주 강하게 왔다. 인터뷰할 때부터 "What do you think about deadlines?"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ㅋㅋㅋㅋㅋㅋ내가 이거 전 보스한테 얘기하니까 "What do YOU think about it"이라고 하지 그랬냐며 ㅋㅋㅋㅋㅋ 여하튼 나는 그가 원하는 대답을 알았기에 대충 맞춰서 대답해줬는데 그래서 그런지 날 너무 마음에 들어했다. 그래도 여긴 진짜 아닌거 같아서 코딩 퀴즈 내줬을 때 그냥 다른데서 오퍼왔다고 말하면서 정중히 거절했더니, 직접 HR 담당자한테 CEO가 너무 마음에 들어해서 오퍼 줄 준비 하고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며 전화까지 왔다. 여튼 여긴 이렇게 끝났다.

두 번째 밴쿠버 회사는 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회사다. 일단 언어 관련 일을 하기 때문에 회사의 직원들이 다양한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또 원격이긴 해도 내가 좋아하는 밴쿠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또한 원격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암스테르담에서도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사람들이 다 좋아 보여서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였다.

인터뷰는 진짜 3단계 정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처음 HR 직원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다음은 테크니컬 인터뷰를 하고, 마지막으로 HR 매니저들과 인터뷰를 하였다. 이렇게 인터뷰만 3개를 하였고, 총 7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으며, 레퍼런스 체크도 이전 두 명의 직장상사에게 부탁해서 받았다. (두 분 다 레퍼 체크 질문이 엄청나게 길었다고 나한테 말해줬다....ㅋㅋ 진짜 엄청.......)

여하튼, 이렇게 최종 단계까지 와서 오퍼 레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메일이 하나 왔다.

안녕 아무개야,
주말 잘 보냈길 바라. 몇 가지 공유할 업데이트가 있는데 내일 구글 행아웃 되니? 
나는 토론토 타임 존이니까 거기에 맞춰서 알려줘

그럼 이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남자 친구에게 캡처해서 보내줬더니 ㅋㅋㅋㅋ뭔가 불길하다며 꼭 마지막에 이러는 회사들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 오퍼를 준비 중이라고 했고, 사실 CTO가 날 굉장히 마음에 들어한 눈치였기 때문에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구글 행아웃을 하였다.

HR: 안녕, 우린 너에게 오퍼를 주고 싶은데 그전에 걱정되는 게 하나 있어서 그걸 확실히 하고 싶어.
나: 응 먼데?
HR: 너 곧 샌프란으로 이제 가잖아. 근데 우리는 알다시피 샌프란만큼은 연봉을 못줘. 그리고 우리는 사실 네가 샌프란 가자마자 poach 될까봐 그게 걱정이야. 너가 미국 가자마자 다른 잡을 구하면 우리는 또 다른 사람을 구해야 되니까..
나: 아.. (사실이기에 할 말이 없음..) 맞아 그건 이해돼. 근데 너네 미국 Health care는 지원해줘? 캐나다 회사라서 미국 건 못해주나?
HR: 아니야 우리 미국에도 회사 등록되어있어서 그건 해줄 수 있어. 우리는 최소 1년 이상 일할 사람을 찾고 있어서 그게 좀 걸리네
나: 응 알겠어 그럼 일단 나도 좀 생각해볼게

흠..

사실 나는 곧 샌프란시스코로 이민을 간다. 그래서 나도 이게 좀 걸리긴 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개발자 연봉이 엄청 높기 때문에 캐나다 회사에서 적게 주는 편이 아닐지라도 두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그리고 내 헬스케어와 가족의 헬스케어까지 내주기 때문에 연봉이 두배는 훌쩍 넘어버린다.

에효. 그래도 가기 전까지라도 일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나온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회사가 마음에 들었어도 회사는 회사고, 연봉이 일이천만 원도 아니고 두배 이상이 차이 나니까 이것도 쉽사리 포기할 수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쉽지만 이 포지션도 수락할 수 없었다. 몇 개월 일하고 관두는 얼굴 붉히는 일이 있을 바에야 그냥 몇 개월 더 기다렸다가 미국에서 잡을 구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고, 또 일을 시작하면 아무리 잡 인터뷰를 준비한다고 해도 거기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한 달 반 여간의 구직활동은 이렇게 종료하였다. ㅋㅋㅋㅋㅋㅋ 뭐 별 소득 없이 끝난 것 같긴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많이 배웠다. 처음으로 알고리즘 공부도 열심히 하였고, 인터뷰 실력도 좀 늘었다. 확실히 인터뷰는 하면 할수록 느는 것 같다. 

미국 비자 인터뷰는 9월 중순에 있고 여차저차 하면 대략 10월이나 11월에 미국에 갈 것 같은데, 그때까지 뭘 할지 좀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 생각나는 건,

1. 알고리즘 공부 하기
2. 프로젝트 - 난 플러터가 좋앙ㅎㅎ 플러터 프로젝트해야지

이거 정도인데 뭘 해야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겠다. 아, 그리고 여기 네덜란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인터뷰가 끝나면 이제 네덜란드도 떠나게 된다. 암스테르담에 산지도 벌써 거의 1년이 다 돼가는데 내가 여기서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다 ㅋㅋ 한 6-7개월 살 줄 알았는데.. 이 아름다운 도시에 정이 참 많이 들었다.

위의 사진은 내가 제일 자주 갔던 카페이다. 넓고 쾌적하고 컴퓨터 가지고 오래 앉아있어도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사람 없다. 보통 네덜란드의 카페나 상점이 5-6시만 되면 문 닫는데 여기는 아침부터 새벽 1시까지 열려있기에 너무 좋았다. (근데 생각해보면 사실 카페에 6시 이후까지 있던 적이 없긴 하다 ㅋㅋㅋ 오래 있다 보면 엉덩이 아프고 배고파져서 보통 4-5시쯤 되면 집에 항상 오긴 했다.)

곧 암스테르담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뭔가 더 애틋해진다. 그래서 여기저기 최대한 사진이랑 동영상도 많이 찍어두고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처음 12월에 왔을 때 그 황량한 겨울의 암스테르담을 생각하면 얼른 캘리포니아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암스테르담의 여름은 겨울을 잊게 해 줄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다. :)

가기 전까지 잘 있다가 가야지. 

이상 근황 보고 및 구직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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