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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아남기/2020 ~ 2022 -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남기

(4)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남기 -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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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참 빠르다.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세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몇 주 전 인사평가가 있었는데 회사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서 self evaluation 폼에 쓸 말도 많이 없었고, 또 보스가 써준 evaluation에도 별 내용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스가 생각보다 잘 써줬다. 그리고 나에게 리더십이 있다고도 말해주었다.

사실 나는 내가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다른 팀원들이 좀 소극적이기도 하고 주어진 일만 하는 스타일이어서 내가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지난주에 우리 팀 프러덕트 매니저가 나에게 잠시 대화할 시간이 있냐고 했고 그렇다고 하였다.

프러덕트 매니저가 우리 팀의 일 효율이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며 걱정을 하였고,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느낀 대로 아마 배정되는 업무량이 좀 적은 것 같고, 실제로 가시적인 업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간단한 UI 버그 픽스는 좀 뒤에 놓고 중요한 업무를 먼저 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특히 우리 팀은 MVP (Minimum viable product)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신속도가 중요한데, 다른 팀원들은 좀 손이 느린 편이라서 생각보다 많은 진전을 얻지 못하였다. 

여하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마지막에 프러덕트 매니저가 나한테, 네가 아마 팀의 리더를 언젠가 맡게 될 것 같다는 말을 하였고 나는 그냥 읭? ㅋㅋㅋ내가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화를 끝냈고 그 주 금요일 보스가 나에게 1:1 면담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보스가 말하길, 현재 다른 팀 (우리 회사는 총 2 팀의 엔지니어링 팀이 있다) 의 리더가 떠나게 되었다며, 네가 그 팀 리더 자리를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뭐라 답해야 될지 몰랐다. 내가 좀 당황하니까 보스가 

"근데 너가 지금 현재 사실상 리더 역할을 하고 있고, 그냥 거기에 HR 업무가 좀 더 있게 되는 것이야.
그냥 하던대로 해주면 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말해" 

라면서 부담을 덜어주려 하였다. 그러고 나서 좀 생각해보니 나는 다른 팀의 멤버들과 별로 안 친할뿐더러, 그 팀의 업무를 제대로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보스한테 물었다.

"그럼 너가 그 팀 리더 맡고, 내가 현재 우리 팀 리더 맡으면 안 돼? 나 우리 팀 멤버랑 더 친하고, 우리 팀이 하는 업무가 익숙해서 그게 더 편할 거 같은데"

그랬더니 보스가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네가 우리 팀 맡는 게 더 편하다는 얘기지? 그러면 현재 팀 리더 자리 맡게 된다면 그건 생각할 시간도 필요 없어?"

라고 했다.

그래서 얼떨결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응 이라고 했다. 그래서 보스가 그러면 네가 지금 현재 팀 맡는 걸로 하고 COO한테 말하겠다고 하고 대화가 끝났다.

 

그리고 전화를 끊자마자 ㅋㅋㅋ바로 엄청난 걱정이 밀려왔다ㅜㅜㅜㅜㅜ.... 걱정되는 부분은

1. 리더십 역량

솔직히 내가 리더십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리더 역할을 어디서도 해 본 적 없다. 

2. 내 실력과 경력

팀을 이끌어가기에 내 실력과 경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경력이 3-4년 정도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이렇게 유저가 많은 회사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3. 영어실력

 

이렇게 세 가지가 걱정되어 사실 회사를 옮겨버릴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ㅋㅋㅋㅋ한마디로 도망...ㅋㅋㅠㅠ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젠가 경력이 쌓이면 이런 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또 어떻게 보면 내 comfort zone을 넘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테라피 샘과 상담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할 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샘과의 상담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봉착하였다.

1. 리더십 역량

테라피 샘이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물었고, 나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샘이 보다시피 내가 구체적이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다며, 현재 보스가 좋은 리더인지, 좋다면 왜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답해보라 하였다. 현재 보스는 좋은 보스라고 생각한다. 좀 말이 많긴 하지만 팀원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노라고 할 때도 왜 노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런 식으로 내가 생각하는 좋은 보스의 모습을 닮아가려 한다면 단순히 리더십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 내 실력과 경력

객관적으로 봐도 내가 실력과 경력이 팀 리더로서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어쨌든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스가 나를 리더로 선택한 것이고, 너무 잘해야지 욕심부리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샘이 말씀하였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예를 들어 2주마다 하는 플랜 미팅 전에 모든 업무를 분석해서 업무 분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업무가 수반하는 부분을 잘 정리하여 팀원들에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떠나는 리더에게 면담을 요청할 것이다. 그래서 힘들었던 점이나 팀을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한 조언이 있는지를 물어볼 예정이다.

3. 영어실력 ✪✪✪✪✪

영어실력이 부족하여 사람들이 무시할까 봐 걱정된다 라고 샘에게 말씀드렸더니, 샘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 즉 미팅 전 미리 준비한다든지, 현재 보스가 어떤 식으로 미팅을 끌고 나가는지 분석한다는 지 등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어찌됐든 내가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다른 팀원들보다 실력이 낫다고 생각하기에 보스가 나를 뽑은 것이고, 내가 영어가 좀 부족하더라도 '아! 쟤는 문법은 틀려도 일은 잘하네'라고 귀엽게 봐줄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영어공부 다시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 위기를 기회로......ㅋㅋㅋㅋㅋㅋㅋㅋ

 

여담이지만 테라피 샘 진짜 너무 좋다..ㅋㅋ 한국분이신데 우연히도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계셔서 나랑 상담 시간대도 맞고, 또 내가 겪는 이런 타지생활의 고충들을 더 잘 이해해 주신다. 어쩜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게 되었는지 너무 감사하다. 너무 좋아서 언니도 내가 추천해주고, 제일 친한 친구도 추천해줘서 둘 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실 요즘 한국에 안 간지 1년 반이 넘어가면서 향수병이 좀 오기 시작했다. 나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지도 못해서 가끔 미국인들 사이에 있으면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고 외로울 때도 있다. 그러면 한국으로 돌아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마음가짐을 다시 고쳐 잡고 내 comfort zone을 넘어보기로 하였다.

그래! 나 영어 원어민처럼 못하고 비 동사도 틀린다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뭐!! 그래도 날 리더로 뽑아줬으니 나는 내가 가진 능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 팀원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좀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그런 리더. 이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일요일 아침 산책 - 알카트라즈가 보이는 우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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