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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아남기/2020 ~ 2022 -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남기

(5)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남기 - 이직준비와 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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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쓴 글이 승진이었는데 이번 글의 주제는 이직이다. 

 

(4)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남기 - 승진..?

세월이 참 빠르다.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세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몇 주 전 인사평가가 있었는데 회사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서 self evaluation 폼에 쓸 말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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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하자마자 뭔 이직이냐 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간 많은 일이 있었고, 그 결과 나는 이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승진을 하게 된 게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승진을 해서 팀 리더가 되면서 업무량이 너무 과중되었고, 팀원들은 별로 경험이 없었기에 내가 총대 매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내가 배울만한 팀원들이 없는 것도 한 가지 이유였다. 

즉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정리하자면

1. 같이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너무 별로다

내가 제일 빡치는 두 팀원이 있었는데 그 유형을 보면

유형 1) 일 잘 못하는 코워커
일은 그럭저럭 하는데 쪼금만 어려운 거 시키면 못한다. 페어링 해서 진짜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같이 해줘야 그나마 해결하고, 아니면 그냥 끝까지 안하고 (혹은 못하고)있다 ㅋㅋㅋㅋㅋ

나도 처음에는 하루에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도와줬는데 나도 할 일이 많다 보니 진짜 짜증 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다른 팀원한테 질문해 달라고 하면 걔는 잘 모른다고 너 시간 날 때까지 그냥 기다리겠다고.......... 그러다 보니 나도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사실 바쁘다고 계속 미룬 적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또 뭐 자기 일 급한 건데 이거 먼저 도와달라고 난리다. 

근데 그 사람은 심지어 주니어도 아니고 경험은 십 년 이상 되는 시니어였는데도 저러니 진짜 화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렇게 답답하고 빨리 못 배우는 사람은 처음 같이 일해봐서 진짜 신박했다.

유형 2) 일 제대로 안 하는 코 워커
근무시간 내내 슬랙에 접속 안되어있음 + 코드 리뷰할 때 보면 Description/ branch name 이런 컨벤션 하나도 안 지킴 + 코드 퀄리티 진짜 최악 (안 쓰는 파일, 함수명 그대로) + 심지어 코드 동작 안될 때도 있음

뭐 그냥 코드 리뷰를 부탁하면서 지는 한 번도 안 읽어본 채로 부탁하나 싶었다.. 진짜 이런 유형이랑도 처음 일해보고 이렇게 코드 그지같이 짜는 사람이랑 거의 처음 (전에 좀 더럽게 코드 짜는 애 한 명이랑 일한 적 걔는 그래도 코드는 동작은 잘 됐다 ㅋㅋㅋㅋㅋ)

 

2. 배울만한 사람이 없음 (멘토 X)

위에서 말한 것처럼 별로 잘하는 엔지니어가 없다 보니 모든 어려운 부분들은 세 명 정도 되는 리더들이 도맡아서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코드 리뷰를 부탁하면 대부분 팀원들은 뭐한 줄 이해를 잘 못하다 보니 별다른 피드백을 주지 못했다. 그냥 looks good!  이 끝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위에 유형 2) 였던 인간에게 코드 리뷰를 부탁하니 부탁한 지 5분도 안돼서 ^^ 승인을 줬다. 코드가 꽤 길고 복잡한 코드였는데.. 그냥 훑어도 오분 안에 보기 힘든 건데 뭔가 싶더라 ㅋㅋㅋㅋㅋ그때 진짜 현타가 왔다.

그리고 그나마 한 명 있는 리드 엔지니어조차도 믿음이 안 간다. 이렇게 믿음이 안 가는 보스는 내 커리어에서 처음이었다.. 맨날 이상한 제안이나 하고 (없던 팀 브렌치를 만들어서 워크플로우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고, 무슨 moon system을 도입해서 릴리즈마다 보름달, 초승달 이런 거 붙여서 진짜 개헷갈림.. 아무도 이 시스템을 아직도 이해 못함.....) 그리고 진짜 보스 코드 짜 놓은 거 보고 경악한 적도 있다.

물론 그 언어를 처음 써본 건 알겠는데 이건 언어를 알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진짜 못쓴 코드였다. 하.. 여하튼 그 코드를 계기로 그분에 대한 믿음은 많이 사라졌고, 이후 저 이상한 제안들로 인해 점점 더 믿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3. 업무량 과중

물론 야근을 하거나 그러진 않는데, 승진하고 나서 일이 졸라게 많아졌다. 진짜 온갖 엔지니어링 관련 잡무 / 급한 버그 픽스 / 페어링 (위에 유형 1 같은 애랑 두 시간씩 페어링 하면 진짜 진이 다 빠진다) / 미팅 (너무 많다!!!) 등등 리더십에 업무가 과하게 취중 되어있다. 솔직히 내가 리더가 아니었을 때는 진짜 여유롭였는데, 왜 리더들이 다 떠난 지 완. 전. 이해가 됐다.

심지어 얼마 전에 다른 팀 리더를 맡게 된 애가 엊그제 나한테 메신저로, 자기 리더 자리 못할 거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할 정도이니... (근데 나도 곧 떠나는데 너 해야 돼^^)

 

잡 서칭 & 오퍼까지

여하튼 이러한 세 가지 이유로 나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고, 이렇게 짜증이 이빠이로 올라있었던 중 아는 분이 자기 회사 올 생각 없냐고 연락이 왔다. 그때부터 나의 공격적인 잡 서칭이 시작되었다.

사실 그 회사만 면접을 본건 아니고, 여러 군데 지원을 해서 최종 4군데 정도 파이널 인터뷰까지 갔다. 근데 내가 제일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오퍼를 제일 먼저 줘서 그냥 다른 거 다 취소하고 여기로 선택하게 되었다.

근데 일을 하면서 면접을 보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위에 말했듯이 업무량이 저렇게 많았는데, 그 사이사이에 인터뷰를 끼워 넣다 보니까 진짜 죽을 맛이었다. 머리가 엄청 빠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점심시간에 채워놓고 어떤 날은 월차 낸 적도 있다. 최종으로 갈수록 인터뷰가 길어지고, 3-4시간짜리도 (코로나 전에는 오피스에 가서 하루 종일 하는 곳도 많다) 있었기에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여하튼! 머리는 빠졌지만 내가 원하는데서 오퍼를 받아서 다행이다. 새로운 직장의 좋은 점은

1. 휴가 무제한
2. 유능한 (해 보이는) 직장동료들
3. 믿을만한 하이어링 프로세스 (완전 체계적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믿고 일할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듦)
4. 연봉 상승 >_<
5. 스톡옵션 (2020년에 상장됐다!)
6. 성장하는 회사

여하튼, 더 좋은 곳으로 옮기게 돼서 다행이다. 리더 하느라 엄청 힘들었지만 이 리더를 함으로써 더 좋은데로 옮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고, 또 확실히 시니어 엔지니어로 직급이 올라가니까 리쿠르터들 연락도 더 많이 왔다. 

리더로서의 힘겨웠던 2개월이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앞으로 일할 회사에서 더 나은 사람들과 더 좋은 경험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쉬운 건 없다!!! ㅠㅠ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 파이팅!!!!!! 

언제까지 달려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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