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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아남기/2019 - 일본에서 개발자로 살아남기

(7) 후쿠오카 개발자 일기 - 회사의 재정난 그리고 해고된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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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후쿠오카의 이 스타트업에서 일한 지 7개월이 다 돼간다.

어느 한 곳에서 그렇게 오래 일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상당히 뿌듯한 결실이다.

 

그리고 많은 일이 있었다.

 

회사의 재정난

회사가 상황이 엄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입사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펀딩은 많이 받았으나 그렇다 할 수익을 지난 5년간 못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이 일본의 제일 큰 출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었지만, 그쪽에서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나올 때까지는 돈을 미루는 상태였다. 

그리고 Ruby Kaigi라는 프로그래밍 행사가 후쿠오카에서 열려서 거기에 참석해 있던 중, 4명의 해고 소식을 듣게 된다.

 

회사가 재정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몸의 사이즈를 줄이기 위해서 4명을 해고해야 했고, 그 4명은 가장 하는 일의 중요도가 적었던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람들의 해고 소식을 이해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사실 가장 할 일이 없었던 사람이 해고되었을 뿐만 아니라 근무태도가 영 좋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랑 친했던 개발자 한 명이 해고돼서 그건 좀 슬펐다. 하지만 얘기 들어보니 정말 해고된 건 아니고, 아웃소싱 형식으로 프로젝트가 있을 때 같이 일한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오피스에 잠깐 들르기도 했었다.

 

텅 빈 오피스와 새 컴퓨터

4명이 관둔지라 안 그래도 자리가 넘치던 오피스는 더욱더 자리가 많게 되었다.

근데 나는 원래 빽빽한 오피스보다 좀 여유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좋았다. 그리고.... 회사의 재정난으로 인해 받지 못했던 컴퓨터를 받게 되었다. 해고당한 사람이 쓰던 아이맥!! 무려 5K.

 

 

회사 내 갈등과 해결

사람들이 해고된 후, CEO는 뭔가 급해진 마음을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형식으로 개발자들에게 풀기 시작하였다.

물론 CEO는 좋은 사람이지만 커뮤니케이션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비개발자와 개발자 사이의 갈등이 정말 급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뒷담은 기본이며, 슬랙이나 협업 툴에 돌려 까기(passive offensive) 등, 정말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결국 내가 전체회의를 하자고 제안했고, 그 회의 이후 사실 분위기가 좀 나아졌다. 

한 가지 깨달은 건, CEO라고 해서 반드시 회사를 이끌어 나갈 리더십이 있는 건 아니구나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엄청난 오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그때 회의 이후 많이 나아졌다. 협업 툴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꿨고, 개발에 관련된 티켓은 개발자가 직접 작성하고 Assign 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이전에는 CEO가 자기 머릿속에 나온 모든 아이디어를 티켓으로 만든 뒤, 우리의 개발 스택을 고려하지 않고 마음대로 assign 하는 방식이었는데, 굉장히 개발자들을 화나게 하였다.)

 

현재 상황 및 기타

사실 아직도 개발자와 비개발자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존재한다. 예전에 친했던 비개발자 언니와 좀 어색해져서 좀 슬프긴 한데, 그냥 내가 할 일만 열심히 하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번외로, 그 비개발자 언니가 자기 결혼식에 초대하였는데 일본인 결혼식은 축의금의 기본이 30만 원이다. 정말로.

그래서 진짜 친하지 않은 이상 초대하지 않는다는데, 내가 한 번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꼭 와줬으면 좋겠다고, 한국에서 내는 축의금만큼만 내고 오라고 하는데 진짜 거절하느라 너무 스트레스받았다. 내가 계속 선물로 대신하겠다고 하는데도 정말 3번 계속 그러는데.. 하..

 

내가 결혼식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나는 결혼식을 많이 가보진 않았다. 평생 3번쯤 가본 것 같다. 23살 이후부터는 계속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친구나 친지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더라도 참석하러 갈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bricoler.tistory.com

여하튼 그 엄청난 거절 이후로 더 어색해졌지만 뭐.. 난 내 할 일이나 하련다.

 

마치며

처음의 흥분된 상태를 지나 이제 회사에 완전히 적응하였다. 

처음에는 좋기만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해고된 4명이 없어진 회사는 좀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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